"중국 소재업체가 자생력을 갖추고 공세적 마케팅을 펴고 있다는 현지 보고를 수시로 받고 있습니다. 지금까지는 잘 방어해왔지만 앞으로가 문제입니다. 따라오기 힘든 고부가가치 소재 개발에 더욱 주력할 수밖에요."

제일모직의 한 인사는 중국 소재산업의 발 빠른 움직임에 잔뜩 경계심을 드러냈다.

국내 합섬업체들에 중국발 비상이 걸린 지 오래다. 합섬 원료인 카프로락탐의 경우 지난해 중국 수출량이 전년보다 90% 이상 급감했다. 테레프탈산(TPA)은 43.5% 감소했다.

중국은 올해 합성고무, 폴리프로필렌 생산 규모를 크게 늘릴 예정이어서 이 품목들의 대중 수출 타격이 염려된다.

중국 소재산업의 약진이 한국 소재산업의 설 자리를 빠르게 침범하고 있다. 특히 중국과의 소재산업 경쟁력을 일대일로 비교한 '한ㆍ중 무역특화지수'는 2004년 0.38에서 2010년 0.25, 2013년 0.19로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.

무역특화지수가 1이면 한국이 중국에 완전한 수출 우위를, -1이면 완전 열위를 가진다는 뜻이다.

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"아직 플러스라는 건 한국이 중국에 소재 수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얘기지만,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"며 "지금 같은 추세라면 소재 경쟁력의 한ㆍ중 역전 현상이 수년 내 나타날 수 있을 것"이라고 지적했다.

중국은 한국ㆍ일본ㆍ대만 등의 소재와 부품을 수입해 단순 조립하던 제조공장의 위치에 만족했지만 수년 전부터 제품 안에 넣는 내용물까지 직접 만들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. '메이드 인 차이나'에서 '차이나 인사이드'까지 산업 전략의 영역을 한층 넓히고 있는 것이다.

실제로 중국 정부는 자국 소재ㆍ부품을 주요 산업 분야에서 일정 비율 이상 쓰도록 정해두고 있다.

전통적으로 소재산업은 단기간 내 경쟁력을 높이기가 쉽지 않은 분야다.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의 범용 소재가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지만 금속ㆍ화학ㆍ섬유 등의 핵심 소재는 선진국과 4~7년 격차를 지닌 것으로 파악했다.

특히 대일 무역적자의 40%가량이 소재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다. 대일 무역적자에서 소재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10년 새 30%에서 40%로 늘어 소재 부문에 대한 대일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.

이런 가운데 중국이 한국 소재산업을 맹추격하면서 한국의 소재 경쟁력이 '넛 크래커' 양상에 빠졌다. 중국의 소재산업 성장에는 연구개발(R&D)과 인력, 설비의 전폭적 투자가 뒷받침되고 있다. 소재 분야의 대중 무역수지 흑자는 2010년 85억달러로 최근 10여 년 중 정점을 찍은 후로 2011년 82억달러, 2012년 77억달러, 2013년 72억달러로 매년 줄고 있다.

현대경제연구원의 '한ㆍ중 소재산업 경쟁력 분석과 시사점' 보고서에 따르면 섬유ㆍ화학ㆍ고무ㆍ플라스틱ㆍ비금속ㆍ1차금속의 31개 품목 중 20개(64.5%) 품목에서 한국의 대중 경쟁력이 빠르게 약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.

현대경제연구원은 또 31개 소재산업 중 21개 품목에서 한ㆍ중 간 수출 경쟁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.

경제 전문가들은 고부가가치 소재기술의 발굴과 혁신형 소재산업 육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. 특히 소재산업의 품목별 경쟁력을 검토해 구체적인 고도화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.


-출처: 매일경제